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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한국어 학습 5년차자가 되더라도 적응이 안 되는 특이한(?) 어휘들

나유타 nay-uta 2024. 3. 5. 22:30

안녕하세요.

순한(?) 일본인, 나유타입니다.

저는 한국어를 학습자로서 5년 차를 맞추게 되는데요.

맨 처음에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도 어색했던데 이제 실력이 많이 늘었죠?ㅎㅎㅎ

이렇게 한국말이 익혀 보이는 저도 어려운 어휘들이 있거든요. 

오늘은 짦은 노가리로 제가 어려워하는 어휘를 몇 게 알려드릴까 하구요.

모국어인 여러분들에게는 별거 아니겠지만 일본어 시점으로 봤을 때 좀 특이해 보이는구나. 이런 식으로 한일 차이점을 재밌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첫 번째는 '우리나라'라는 어휘예요.

'우리나라'는 바로 한국을 뜻하는 말인데 일본어로 말하면 '我が国' 같은 표현이 아닐까 싶어요.

일상대화에서 많이 듣게 되고 외국인인 제가 사용하기 어려운 말이기 하죠.

아쉽게도 저는 '우리'가 아니니까요ㅠ

만약 제가 비슷하게 말하려면 '우리의 나라'라고 해야 제가 태어난 일본을 표현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일본에 사는 일본 사람들도 일상대화에서 자기 나라를 말할 때 흔히 '일본'이라고 표현을 해가지고 신기해요.

이런 한국사람만 쓸 수 있는 한국말을 들을 때마다 외국인으로서 사용하는 말을 조심해야 된다고 생각이 들어요.

아무 생각 없이 현지인들이 흔히 하는 말을 따라 해서 잘한 척하지 말자고요......

반대로 일본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습자들에게도 이런 일본어가 있겠죠?

 

두 번째는 '선생님'이에요.

좀 의외하지 않아요?

일본어 先生(센세-)와 거의 같은 말이지만 제가 아무리 듣고 따라 사용해봐도 익숙하지 못하는 게 '선생'에게 존칭을 붙여주는 거예요.

일본어 센세- 자체가 이미 높임표현이기 때문에 '님' 같은 존칭을 붙이면 '이중경어'라는 오류가 되거든요.

옛날의 말 중에 이중경어는 최고경어 등 천황에게만 사용했지만 현대에서는 과잉한 경어표현은 오히려 상대를 욕하는 표현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말고도 선배님, 사장님, 여사님 등등 '존칭+존칭' 표현이 일본어 입장에서 볼 때 어색하게 느껴요.

한국어는 일본어보다 높임말을 선호하는 것도 신기하고 두 번 높여도 상관없는 것도 신기해요.

그리고 진짜 선생이 아니더라도 일본어 ~さん처럼 누구한테 써도 크게 실례가 되지 않아서 그냥 붙인 건 알고 있지만 실제로 저를 선생님이라고 해주시는 걸 들으면 아뇨...저는 선생이 아니고 아무도 대단한 게 없는데요... 이렇게 좀 당황되기도 해요.

평범한 회사원이 모르는 사람한테 사장님!이라고 말을 걸려서 아니, 저는 사장이 아닌데... 걍 회사원이에요...라고 진지하게 받아들여버린 것과 같아요ㅋㅋㅋ

이런 언어 차이 땜에 한국어 경어법이 어려운 거예요.ㅜ

 

 

세 번째는 '너'라는 이인칭이구요.

이 말도 현지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반말이죠?

이건 은근히 대응되는 일본어를 찾기가 어렵더라구요.

저는 한국에 있었을 때 반말하는 친구가 없어서 써본 적이 없는데 교수님이 가끔 저보고 '너'라고 하셔서 듣게 됐어요.

별 다른 뜻은 없지만 들을 때마다 기분이 안 좋았거든요.

반말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기보다는 일부러  저의 이름을 알면서 인칭대명사를 사용하는 게 뭔가 선을 넘어온 느낌이랄까 저도 모르게 몸이 굳어진 것 같았어요.

일본어도 이인칭대명사가 많긴 하지만 한국어 '너'보다 많이 안 쓰는 것 같아요.

일본어는 함부로 상대방을 가리키는 걸 피하고 가능한 한 이인칭 대명사 말고 이름이나 닉네임을 쓰거나 주어를 '나'로 바꿔서 피동사 식으로 표현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어도 화나거나 시비를 걸을 때 '당신!'이나 '그쪽!'이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비슷한 이유로 실제로 직접 못 들어봤지만 '김철수, 너 뭐뭐뭐' 같은 이름과 인칭대명사를 이어서 말하는 것도 무서워요.

이건 한국어가 일본어보다 동사주를 중심으로 표현한다거나 이름을 부르는 문화가 다르다거나 저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언어습관에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은 '엄마는 외계인' 같은 인스타 감성으로 지은 상품명들이구요.

직원들이 내가 엄마는 외계인 주세요라고 말해도 신경을 안 쓰겠지만 이상한 말을 부르기가 좀 거부감 때문에 힘들어요.

또 배라 같은 예쁜 가페가 무서운 이유 중 하나가 상품명들 발음이 어려워서요.

고디바 바닐라 초코카라멜 같은 것도 어떻게 발음이 되지? 직원이 알아들어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스벅도 그렇고요.

그래서 사실 시키고 싶은 게 있지만 말을 못 하니까 마메리카노나 무난한 걸 항상 시켰죠ㅋㅋㅋ

제발 좀 더 글을 알아보고 발음하기 편한 상품명을 생각해주세요... 사장님ㅠㅠ

결국 딱히 말을 안 해도 해결이 되는 편의점이 제일 편해요ㅠ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글을 봐주셨다면 공감 하트를 보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상으로 일본에서 나유타가 보내드렸습니다!